옛날 천안의 독립서점 '취향'에 들러서 샀던 최유수 작가의 책들.
꽤 여러권을 샀는데, 삶이 바쁘다는 이유로 매우 짧음에도 불구하고 완독을 못했다.
그러다가 집에 있는 책을 보고 다시금 펼쳐보게 되었다. 내가 최근에 정말 5년만에 제대로 된 사랑을 시작해서 그런지,
이런 마음을 가지고 사랑에 대한 에세이를 읽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정말 짧은 단상들이 나열되어있는 책이라 읽기 편하다.
인상 깊었던 부분을 중심으로 적어보도록 하겠다.
사랑의 몽타주/ 최유수
1. 그대의 우주
지금 더할나위 없이 충족적인 사랑을 하고 있음에도 나는 계속해서 '권태'에 대해 두려워한다.
아마 내 주변의 90%이상의 부부들이 바람, 고부갈등, 권태 등으로 인해 관계의 종말을 맞는 모습을 보아서인 것 같다.
그래서 영원한 사랑이 존재할까? 이 마음이 영원할 수 있을까? 마음은 영원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랑의 형태로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이 사람이 나에게, 나에게 이사람이 계속해서 소중할까?
계속 불안해하고 불안해한다. 매 순간 두려운 것은 아니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오를 때면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저런 말이 계속 와닿는 것 같다. '감정에 충실한다는 것과 사랑에 충실한다는 것은 다르다. 사랑에는 분명 감정을 넘어서는 어떤 의지가 필요하다.'
나는 이성적인 끌림, 감정으로 시작한 관계가 더 깊어지고 애틋해지고 예뻐지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서 진짜 사랑을 이루어내고 싶은 열망이 가득하다. 그것에 동참해 줄 수 있는 인생의 동반자를 꼭 만나고 싶다. 그리고 그게 지금 남자친구였으면 좋겠다. 나는 이 친구가 정말, 못견딜만큼 좋으니까.
2. 사람보다 사랑이 먼저
너무 신기하기도하고 설레는 문장이었다. 사랑이라는 존재가 너무도 탐이나는 나머지 사랑을 실현하고 싶은 영혼들이 모여 사람을 만들었다.
사람들이 사랑에 울고 웃고 난리를 치면서도 사랑을 신격화하고(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연애에 굶주리는 모습을 보면 아예 개연성이 없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진짜 나를 충족시키고, 내 삶의 활력소가 되는 아름다운 마음을 찾아 그토록 헤매었으니.
3. 최고의 나를 비춰줄 수 있는 거울
정말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였다. 나는 사실 내가 막 그렇게 예쁘다고 생각하고 살아본 적은 없다. 물론 나는 나 스스로에 대해 만족하고 사는 편이지만(포기인가?) 사회의 미의 기준에 맞추자면 그렇게 대단하게 미인은 아니다. 그냥 세상 살면서 손해보고 살지는 않겠구나, 이러고 살았다.
그래서 내가 이상형이라는 남자가 등장할 것이라고는 솔직히 생각하지 못했다. 내 성격, 내 능력, 매력 등에 끌려서 나를 좋아할수는 있어도 외적으로 내가 이상형이라는 사람이 있을줄이야. 그런데 그게 지금 내 남자친구다. 남자친구의 눈에는 내가 '최고'의 모습으로 보이겠지. 나를 그렇게 봐주는 사람이 있어서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지 모른다.
그리고 내가 보는 나의 모습도 최고가 된다. 사랑은 진짜 신기한 것이라, 나도 모르던 나의 다정함, 세심함, 따뜻함을 다 끌어다 내보인다. 내가 지금까지 만난 사람 중(우리 강아지 제외) 내 남자친구에게 가장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을 그에게 하고 있다. 그러면서 나 또한 내가 이렇게까지 희생적인 사람일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하며 삶이 충족적이다. 누구를 만나도, 무엇을 해도 항상 공허하다고 느껴졌던 내 삶이 공허하지 않다.
연애를 통해 최고의 나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 정말 소중한 경험이 아닌가.
오랜만에 감성에 촉촉히 젖어(ㅋㅋㅋㅋ) 읽은 에세이였다.
사랑을 하고 있다면, 사랑을 했다면. 읽기 좋은 책인 것 같다.
사랑을 하고 싶은데 아직 못한 사람은 다소 공감이 안 갈 수 있다.
어쨌든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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